나의 시

한 여자가 낙엽처럼

chansong 2015. 2. 2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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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낙엽처럼

 

노숙자가 벗어놓은 구두 속 은행잎

오랜 기억 속을 다람쥐처럼 기어오르는 햇살

그 빛 속으로 몸을 마는 연두 빛 손

오수의 낮잠이 나른하다

달빛만 먹고 사는 산동네

한 평도 안 되는 구들장

나의 일곱 살에 간지럼 태우는 손가락들

바닥에 차곡차곡 쌓인다

말라르메 시집에 들어있는 네 잎 클로버

등줄기를 지나는 물푸레나무 이파리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 장미가

딸의 결혼식에 부조를 한다

핑계를 대며 멀어지는 인연들

회오리치며 떨어지는 억겁의 연기

넝쿨처럼 붉은 담벼락을 넘는다

야윈 가슴에서 꺼내는 바싹 마른 심장

햇살의 방명록에 찍혀있는 손금들

저 멀리 가을 햇살 한 장 덮고 누운

플라타너스 그늘 아래

힘없이 떨어지는 낙엽처럼

한 여자가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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