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바나나꽃

chansong 2015. 2. 20. 12:11

 

 

 

 

 

 

ㄱ

바나나 꽃

 

 

사랑을 잊은 성기들이 무더기로 모여 산다

옷을 벗는 사내들의 몸이 노랗게 익어

굽은 허리에서 단내가 난다

남편을 보러 비나신에 간다

꽃대 하나를 기둥 삼아 꽃잎이 떨어질 때마다

한 층에 수십 채의 집을 짓는

바나나 같은

바나나 꽃 같은

한 방에 서너 명씩 모여 사는 숙소

사내들이 자기들끼리 몸을 비비며

키 재기를 하고 있다

눅눅한 이마에 젖은 수건이

땀내를 닦으며 흘러내리고

식탁엔 언제나 지천인 바나나

바나나를 먹을 때마다 나는 달콤해진다

줄기를 떼어낸 노란 손가락에서

피어 오르는 향기

금욕이 풀리고 사내가 바지를 벗듯

바나나 껍질을 벗긴다

발기된 열대 페니스들의

열렬한 입맞춤

적도의 밤은 내가 경험한 어느 날보다

뜨겁고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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