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어린 비구니

chansong 2015. 2. 20. 12:12

 

 

어린 비구니

   박 찬 송

 

내운사 계곡 바위틈

누군가 버리고 간 감자 한 톨

검은 봉지 속에서 줄기를 뻗었다

뿌리와 비닐이라는 이중의 어둠 속

물을 끌어올리는 줄기는

가늘게 뜬 눈을 아래로 향하고

실핏줄 같은 뿌리로 칭칭 감은 단식과 명상

천리 물 속은 알아도 모른다는

제 속을 파고 들어가

몸을 기름진 텃밭으로 만들었다

내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대의 것도 아닌

물도 흙도 없이 머리에 피운 꽃

먼 길 달려온 햇살과 바람이 미끄럼을 탄다

자글자글한 삶의 주름 조차

텃밭으로 일구는 어린 비구니의

가지런히 꿇은 무릎에서  

꽃들이 눈이 부신 듯 세상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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