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비구니
박 찬 송
내운사 계곡 바위틈
누군가 버리고 간 감자 한 톨
검은 봉지 속에서 줄기를 뻗었다
뿌리와 비닐이라는 이중의 어둠 속
물을 끌어올리는 줄기는
가늘게 뜬 눈을 아래로 향하고
실핏줄 같은 뿌리로 칭칭 감은 단식과 명상
천리 물 속은 알아도 모른다는
제 속을 파고 들어가
몸을 기름진 텃밭으로 만들었다
내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대의 것도 아닌
물도 흙도 없이 머리에 피운 꽃
먼 길 달려온 햇살과 바람이 미끄럼을 탄다
자글자글한 삶의 주름 조차
텃밭으로 일구는 어린 비구니의
가지런히 꿇은 무릎에서
꽃들이 눈이 부신 듯 세상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