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넝쿨
밤새 악몽에 시달리며 몸을 뒤척이던 봄
바람 부는 꿈에서 깨어나 수틀 하나 들고 있다
손가락에 바늘 자국이 생길 때마다
푸른 생각들 담을 오르고
세상은 낮은 곳에서부터 날개를 편다
목마르게 금을 긋던 담벼락이 소리를 낮추고
부끄럼을 모르는 도시
벌거벗은 아랫도리에 연두 빛 옷을 갈아입는다
저마다 시렸던 가슴
잠이 깰 때마다 담장은 헐리어 가고
밤을 잊은 가로등 횃불을 밝힌다
달빛이랑 별들이 무늬를 놓고
벽을 오르는 넝쿨처럼 고개 드는 희망
봄이 가기 전 담을 넘으려
어깨동무한 얼굴들
동호대교를 넘어 꿈속으로 들어간다
언덕을 오르는 담벼락에
초록의 길이 바람을 막는다
위태하게 올라가던 축대는
고운 어깨 드러내
하늘 가까운 곳에 산동네를 올려놓는다
무덤덤한 시선들 손을 흔들고
담벼락을 움켜쥔 손톱 밑
오수에 잠긴 나른한 햇살 속으로
연초록의 손바닥들이 기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