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밥그릇
친구들과 놀다보면 종종 집에 가는 걸 잊곤 한다
불 꺼진 어린 날의 집
도둑괭이 한 마리 부뚜막에 올라 솥뚜껑을 연다
연밥처럼 보이는 무쇠 솥의 밥그릇들
하나는 야근하는 언니의 것
다른 하나는 사자 밥을 못 찾아 배 굶을까
엄마가 준비해 둔 아버지의 고봉밥
그 중 하나가 나의 것이다
부엌에서 솥뚜껑 부딪치는 소리가 가슴을 움켜쥐고
안방에서 이불 스치는 소리가 돌아눕는다
바람과 흙탕물로 연명하며
명치에 씨앗 몇 박아둔 연밥
고요한 어둠 속 밥그릇을 챙겨둔 적막
숨을 참는 팽팽함에 손을 떤다
발꿈치를 들어도 입을 다물어도
내 발자국마다 지진이 인다
아픈 허리를 돌아 눕히는 연밥 속
살그머니 밥그릇을 꺼내는 푸른 달빛
아지랑이 같은 시간 위로 번지는 향기가
매일 밤 가슴에 밥그릇을 넣어두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