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연밥그릇

chansong 2015. 2. 21. 07:28

 

연밥그릇

 

친구들과 놀다보면 종종 집에 가는 걸 잊곤 한다

불 꺼진 어린 날의 집

도둑괭이 한 마리 부뚜막에 올라 솥뚜껑을 연다

연밥처럼 보이는 무쇠 솥의 밥그릇들

하나는 야근하는 언니의 것

다른 하나는 사자 밥을 못 찾아 배 굶을까

엄마가 준비해 둔 아버지의 고봉밥

그 중 하나가 나의 것이다

부엌에서 솥뚜껑 부딪치는 소리가 가슴을 움켜쥐고

안방에서 이불 스치는 소리가 돌아눕는다

바람과 흙탕물로 연명하며

명치에 씨앗 몇 박아둔 연밥

고요한 어둠 속 밥그릇을 챙겨둔 적막

숨을 참는 팽팽함에 손을 떤다

발꿈치를 들어도 입을 다물어도

내 발자국마다 지진이 인다

아픈 허리를 돌아 눕히는 연밥 속

살그머니 밥그릇을 꺼내는 푸른 달빛

아지랑이 같은 시간 위로 번지는 향기가

매일 밤 가슴에 밥그릇을 넣어두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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