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물 속의 길

chansong 2015. 2. 21. 14:34

 

 

물속의 길

                       

달빛이 물 위에 길을 낸다

지나온 길목마다 망초 쇠뜨기가 자라고

배고팠던 세월도 물 위로 올라온다

절반의 사람이 서울을 가고 또 몇은 시내로 나가

남은 사람조차 산을 오르는 고향

한줄기 소나기에도 몸을 뒤집어

벌겋게 다리를 절던 방죽은

여기저기 떠돌던 물풀을 모아 마을을 이루었다

물 밑에 가라앉은 하늘이 빗장을 풀어

부서지는 달빛에게 길을 내어주는 고향은

얼마나 맑은 거울인가!

오래 전에 잊어버린 발자국이 둑 밑을 나오고

각질처럼 일어나는 바람을 물결 밖으로 밀어내면

모르는 이가 끼어도 어색하지 않고

누군가 비집고 들어와도 좁지 않다

어깨를 맞대며 속눈썹 같이 떨리는 물살을 돌아 나오는 길 

붉은 고추 몇 근 이고 갔던 빈 함지

머리에 인 친구가 저만치 걸어오고

갈갈거리는 달빛은 밤 깊은 줄 모르고 우리를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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