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호박꼬지

chansong 2015. 2. 21. 15:09

 


 



호박꼬지

                                                                                                     

손톱만 대도 상처가 나던 신혼시절 우리는 약속했다 서로 흠집을 내지 말자고, 화나는 일이 있다면 머리카락을 하나씩 뽑아 가슴에 묻어 두자고, 화장하는 것을 싫어하는 나는 말을 부드럽게 하기 시작했고 민얼굴로 햇볕 속을 마음대로 걸어 다녔다 늦둥이가 학교에 입학하던 날, 나이를 눈치 채는 사람이 없으므로 깊이 잠이 들었는데 얼마만인가 이 깊은 잠이. 그만 잡고 자던 손을 놓치고 말았다 그 바람에 우리는 두 동강이 나고 품고 있는 씨앗들은 뽑아버린 머리카락과 어지럽게 엉켜 미끈거렸다 먹다 만 점심상의 숟가락으로 북북 가슴을 긁는다 살 오른 씨앗들이 앙살을 부리며 산발한 머리카락과 속살을 한 움큼씩 떼어가고

나는 칼집도 들어가지 않는 고집을 저며 줄에 건다

속살에 햇살을 채우면 우리의 삶이 달콤해질까

그다지 달콤하지 않아 쫀득쫀득하게 말릴 수 있는 일상

나는 슬쩍 뒤틀린 몸을 햇살 쪽으로 뒤집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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