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호박꽃

chansong 2015. 2. 21. 15:24

 

 

호박꽃

                                                                                                    

호박꽃 피는 논둑은 언제나 따뜻했어요 어깨 흔들며 주먹을 휘두를 것 같은 그늘은 없었고요 쇠비름처럼 튀어나오는 장난 쏙쏙 뽑아 던지는 손길도 없었는데요 허리에 맨 책보 안에서 배고프다 소리치는 연필들, 빈집으로 달려가곤 했는데요 빈방을 뛰어나오는 가쁜 숨소리 논둑으로 달려가곤 했는데요 거기엔 허둥대는 웃음이 있었어요 꼭지 떨구고 기죽은 얼굴, 꽃잎을 떼고 엎드려 포옹하면 말 못하는 배고픔 알았다고 눈짓을 했는데요 눈치 없이 다 먹어치운 호박 부침개 뒤 철없는 부끄럼이 호미를 들었는데요 작은 구멍을 파고 칠을 해도,

쭉쭉 뻗은 양팔로 따뜻했던

작은 언니

나는 언니를 만나러 논둑을 걷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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