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日蝕)
냄비 뚜껑을 들어 올리면 삶은 계란
냄비와 뚜껑 사이 넘실대는 파도
문 밖으로 흘러가는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
이 무정란의 삶에도 누군가 숨어있다
심장이 뛰는 노른자
거울 속으로 떠오르는 보름은
볼에 우물을 파고
금 간 인연 따라 흐르는 핏줄
애정과 애증 사이
가슴이 탱탱하게 익어간다
거울 속으로 번지는 포실한 달빛
생선 가시처럼 아픈 그리움
껍질을 벗기고
굳어버린 늑막을 꺼내면
눈과 귀를 닫은 그믐
가장 고통스럽게
부드러운 속살을 입 안에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