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제비꽃

chansong 2017. 4. 25. 08:08

 

                                                           제비꽃

 

살 찐 벌 한 마리 제비꽃에 앉았다

손만 대도 부러질 것 같은 창백한 등뼈가

먼 산 넘어가는 초승달처럼 구부러진다

굽은 허리로 머리가 닿도록 숙인 땅이

세상의 끝이 아니란 걸 그들은 알까

하루에도 몇 번씩 정수리를 누르는 벌 때문에

들것에 실려 가는 몸부림처럼

굽은 허리에서 곤두박질치는 하늘

 

담벼락에 쪼그리고 울어본 사람은 안다

그의 목에 난 길()이 얼마나 좁고

남몰래 헤맨 길은 또 얼마나 여러 갈래인지

수술 자국 같이 너덜너덜한 길이

더 이상 목울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용수철처럼 수도 없이 흔들린 뒤에야

울퉁불퉁한 언덕을 오를 수 있다는 것도

 

돌도 안 된 아이의 눈망울처럼 투명한 목울대

옹알이하듯 입술을 흔드는 꽃을 보면

군불 땐 아랫목처럼 따뜻해지는 길가

고개 숙인 수줍음은

하얀 실밥 목에 감추고

겨우내 햇살을 기다리던 시간이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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