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살 찐 벌 한 마리 제비꽃에 앉았다
손만 대도 부러질 것 같은 창백한 등뼈가
먼 산 넘어가는 초승달처럼 구부러진다
굽은 허리로 머리가 닿도록 숙인 땅이
세상의 끝이 아니란 걸 그들은 알까
하루에도 몇 번씩 정수리를 누르는 벌 때문에
들것에 실려 가는 몸부림처럼
굽은 허리에서 곤두박질치는 하늘
담벼락에 쪼그리고 울어본 사람은 안다
그의 목에 난 길(道)이 얼마나 좁고
남몰래 헤맨 길은 또 얼마나 여러 갈래인지
수술 자국 같이 너덜너덜한 길이
더 이상 목울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용수철처럼 수도 없이 흔들린 뒤에야
울퉁불퉁한 언덕을 오를 수 있다는 것도
돌도 안 된 아이의 눈망울처럼 투명한 목울대
옹알이하듯 입술을 흔드는 꽃을 보면
군불 땐 아랫목처럼 따뜻해지는 길가
고개 숙인 수줍음은
하얀 실밥 목에 감추고
겨우내 햇살을 기다리던 시간이었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