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불온한 세탁기

chansong 2019. 1. 20. 19:31

 

 

   

 

 불온한 세탁기

 

 

때 묻은 옷을 세탁기에서 꺼낸다

입에 거품을 문 채 헝클어진 머리

뒤틀린 무릎에 엎드려 눈물을 짠다

가슴의 스위치를 빼면

내 생 가득 메운 그리움을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들이

나를 맹목적으로 돌린다

돌아가는 것은 계속 돌아가려는 습성이 있다

나는 이 관성이 싫어

오늘, 손빨래를 한다

거뭇한 목덜미와 그을린 손목

해석할 수 없는 행간을 더듬으며

먼 기억 속을 읽는다

구겨진 가슴 속

찌들어가는 오물처럼

켜켜이 쌓인 외로움

돌리고 돌리고

사람의 흔적 없는 세탁기에서

입에 거품을 문 채 누워있던 당신

낮선 이의 손에 맡겨

단추 하나로 완성해온 삶

올올이 묵은 고독을 빼면

오래된 관습을 헹구는 손끝으로 직진하는 햇살

베란다에 널린 시간들이 종일 눈을 껌벅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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