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박이장
화장실 옆, 후미진 그늘에 붙박이장이 있다 오래된 인형들이 모이고 메두사 모형의 머리 옆에 두통약이 보인다 철 지난 점퍼와 뜯어진 라면 봉지가 끈질기게 내 손을 뿌리친다 문을 열면 삐걱이는 관절과 구멍 난 발가락이 가슴에서 접질리는 소리, 그 막다른 곳에 내가 있다 늘어난 팔목이 일시에 엎어지며 허공을 날아다닌다 문턱을 넘는 기록들은 나를 허깨비로 만들어 여기저기 흩어진 과거를 읽는다 먼지를 뒤집어 쓴 일기장이 거꾸로 돌려놓는 시간, 흐린 걸음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나의 모호한 생각들이 몸 밖으로 나오고 세상으로의 비행을 꿈꾸는 그림자들, 이제 발이 있는 나는 자유다 낡고 헤진 기호들이 나를 벗어 던지고 땀내 배인 겨드랑이에 날개를 편다
문학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