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이사

chansong 2019. 12. 12. 11:16

 

이사

 

유통기간을 채우지 못한 짐들

 2.5톤 트럭이 좁은 골목을 삼킨다

역촌 시장을 지난 어디쯤 짐을 풀어놓고

여자가 퇴근하는 남편을 데리러 간다

길 찾기에 서툰 젊음

갈현 정육점 역촌 미곡으로 아무리 돌아도

새 집 가는 골목이 좀체 나오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길은 미로 같고

결정 장애를 닮은 인생 같다고

새 집을 찾아가는 길목에

벚꽃이 떨어진다

아까 본 목포 수산과 충남 야채의 붉은 불빛

집은 또한 새로운 세계로 가는 걸음일 뿐이라고

중력을 벗어난 길들

발자국 밖으로 흩어지고

낡은 쌀집 앞에 서 있는 벚나무

어리석은 젊음이 헤매는 길을 불러온다

제 집을 짊어진 채 기어가는 달팽이처럼

무거운 생각을 머리에 이고 거리를 헤매다

문득 화두에서 벗어난 선사처럼 밝아진

느티나무 한 그루

옹이 진 겨드랑이에 한 움큼 달빛을 움켜쥔 채

내게 푸른 문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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