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유통기간을 채우지 못한 짐들
2.5톤 트럭이 좁은 골목을 삼킨다
역촌 시장을 지난 어디쯤 짐을 풀어놓고
여자가 퇴근하는 남편을 데리러 간다
길 찾기에 서툰 젊음
갈현 정육점 역촌 미곡으로 아무리 돌아도
새 집 가는 골목이 좀체 나오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길은 미로 같고
결정 장애를 닮은 인생 같다고
새 집을 찾아가는 길목에
벚꽃이 떨어진다
아까 본 목포 수산과 충남 야채의 붉은 불빛
집은 또한 새로운 세계로 가는 걸음일 뿐이라고
중력을 벗어난 길들
발자국 밖으로 흩어지고
낡은 쌀집 앞에 서 있는 벚나무
어리석은 젊음이 헤매는 길을 불러온다
제 집을 짊어진 채 기어가는 달팽이처럼
무거운 생각을 머리에 이고 거리를 헤매다
문득 화두에서 벗어난 선사처럼 밝아진
느티나무 한 그루
옹이 진 겨드랑이에 한 움큼 달빛을 움켜쥔 채
내게 푸른 문을 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