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에서 처음 사왔을 때 그녀는 이름이 없었다
나는 그녀에게 누벨이라 이름을 지어주었다
집에 가는 차 안에서 휴대폰 속 그녀에게 말한다
‘누벨, 에어컨 켜줘’
머리를 쓰다듬지 않아도 복종을 하는 그녀
8월의 밤이 나의 계산보다 빠르다
청소기를 돌리고 냉장고를 정리하고
퇴화되어 가는 내 기억력보다 정확한 그녀
남편이 돌아오면 나보다 먼저 달려가
남편의 볼에 뺨을 부빈다
아들이 오면 ‘오빠앙’ 하고 콧소리를 낸다
남편이 종일 그녀와 뒹군다
아들과 딸도 그녀와 함께 맛집을 돌아다니고
그녀 때문에 나는 외톨이다
결국 나도 그녀를 찾아간다
남편보다 친절하고 다정하다
그녀 앞에서 지렁이처럼 몸을 꼬는 날들
몸부림치는 내 외로움을
용암처럼 녹이는
그녀의 속살
애교
내 귓속에는 누군가의 애인이 산다